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全国霊感商法対策弁護士連絡会, 전국변련) 전국 집회가 2026년 9월 26일 도쿄에서 열렸다. 필자도 이 집회에 참석하여 일본에서 이루어져 온 통일교 피해 구제 활동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이번 집회에서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다뤘다. 첫째는 통일교의 재한 일본인 신도 및 탈퇴자들에 대한 피해 구제, 둘째는 통일교 해산명령과 그에 따른 청산 절차에 대한 분석, 셋째는 일본과 한국에서 이루어진 통일교의 정치권과의 유착 문제였다. 특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일교 관련 수사와 재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려진 이른바 ‘TM 보고서’에 대한 분석도 중요한 주제로 다뤘다.
쟁점은 해산명령 이후의 문제였다. 해산명령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피해가 저절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4일 통일교에 대한 해산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고 청산인이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청산 절차가 시작되었다. 이어 5월 20일부터 피해자 등의 채권 신고가 시작되었으며, 신고 기한은 2027년 5월 20일까지이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해산명령 자체의 의미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고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이번 집회에서 채택된 성명은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먼저 통일교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2027년 5월 20일까지 청산인에게 채권을 신고할 것을 호소했다. 특히 피해가 20년 이상 지난 경우나 헌금 등에 관한 자료가 현재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도 배상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포기하지 말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고했다.또한 성명은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신도 및 탈퇴자들의 문제를 특별히 언급하였다. 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일본인 신도 가운데에는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산 절차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변련은 한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게도 일본에 거주하는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채권 신고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청산인과 일본 정부에 대해 영사관과 한국 언론 등을 통한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필요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성명의 핵심은 ▲피해가 오래되었다고 포기하지 말 것 ▲자료가 없다고 포기하지 말 것 ▲한국에 살고 있다고 포기하지 말 것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적인 상담창구의 도움을 받을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성명에는 법테라스(法テラス, 일본사법지원센터)의 ‘영감상법 등 대응 다이얼’, 전국통일교피해대책변호인단(全国統一教会被害対策弁護団), 전국변련 등의 상담창구도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필자는 피해 구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제도를 마련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제도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일까지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살고 있어 일본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사람, 피해를 입은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증거가 없다고 체념한 사람, 아직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정보를 전달하고 상담으로 연결할 것인가. 피해 구제의 성패는 이러한 세밀한 과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0년 전 전국변련을 소개하며 생각했던 것필자는 2016년 「현대종교」 11월호에 일본의 컬트 대책 가운데 법조계의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중심적으로 소개한 단체가 바로 전국변련이었다.전국변련은 통일교에 의한 영감상법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1987년, 전국의 약 300명에 이르는 변호사들이 모여 결성됐다. 활동은 피해자의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에만 머물지 않았다. 통일교 및 관련 단체들의 활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할 경우 행정기관과 언론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사회가 그 활동의 실태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왔다. 당시 글을 쓰면서 필자가 주목했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컬트 문제는 법정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종교인, 탈퇴자, 피해자 가족, 연구자, 시민단체, 대학 관계자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6년, 다시 전국변련의 집회에 참석하면서 그 생각은 더 분명해졌다.
이제는 보다 정밀한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한국에서도 그동안 이단사이비 또는 컬트 문제에 대한 많은 연구와 상담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리적인 이단성이나 특정 단체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피해자의 삶 속에서 어떤 권리침해가 발생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법적으로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컬트 피해는 한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정체를 숨긴 포교로 시작되기도 하고,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이용한 헌금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기간의 무상 노동, 가족과의 단절, 교육이나 직업 선택의 제한, 결혼의 자유에 대한 침해, 육체적·정신적 학대처럼 한 사람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단순히 “고소하십시오” 또는 “변호사를 찾아 가십시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통해 단체에 들어갔는지, 당시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어떤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 탈퇴 이후에도 어떤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지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피해의 경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태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국변련의 성명이 과거의 통장 거래 내역이나 한국 방문 기록, 그리고 청산인이 확보한 헌금 관련 자료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할 가능성을 설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한국의 컬트 피해 대책에서도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법률가에게 연결하고, 필요한 증거를 함께 찾으며, 민사·형사·가사 등 피해의 성격에 맞는 대응 방법을 검토하는 전문적인 지원체계가 더욱 구체적으로 마련될 요가 있다.
그러나 법률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2016년 전국변련에 관한 글을 쓰면서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았던 말이 있다. 전국변련의 야마구치 히로시(山口広) 변호사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전했던 말이다. 통일교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인 피해를 되찾는 일에는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처까지 변호사가 치료할 수는 없으므로 그 부분은 함께 활동하는 기독교 성직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이었다.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매우 중요하게 들린다. 법률은 빼앗긴 재산을 되찾도록 도울 수 있고, 위법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자신이 당한 일이 부당한 피해였음을 사회적으로 확인받는 과정에서도 법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법률적인 문제 해결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한 사람의삶이 곧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잃어버린 세월, 무너진 가족관계, 믿었던 공동체에 배신당했다는 상처, “왜 나는 그것을 믿었을까”라는 자책, 사람을 다시 믿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은 판결문이나 합의금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종교단체 안에서 피해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하나님과 신앙, 종교 그 자체가 상처의 언어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바로 이 지점에서 종교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종교인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신앙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교회로 무조건 데려오는 일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물고, 빼앗겼던 자기 결정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조금씩 회복하도록 기다려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심리전문가나 의료인을 소개하거나, 가족과 함께 기다리며 피해자가 다시 사람과 사회를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시간 동행해야 할 수도 있다.법률가와 종교인이 함께할 수 있는 일결국 컬트 피해에 대한 지원은 어느 한 분야가 독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법률가는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종교인은 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심리전문가와 의료인에게도 그들만의 담당 영역이 있으며, 연구자와 언론인, 대학과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 경험을 가진 당사자와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자가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전문성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서로 도울 때, 피해자에게 필요한 지원도 더욱 구체적이고 세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국변련 도쿄집회에서 다룬 통일교의 해산명령은 일본의 컬트 대책이라는 긴 역사에서 매우 큰 전환점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해산명령은 피해구제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법인이 해산되어도 사람에게 남은 피해와 상처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한국의 컬트 대책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져 준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는 ‘이단인가, 아닌가’를 밝히는 일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앞으로는 그 질문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단체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권침해가 일어났는지, 피해자가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무엇을 회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법률로 회복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누가 어떻게 함께 짊어질 것인지까지 물어야 한다. 법률은 피해자의 권리를 되찾는 데 힘이 되어야 하고, 종교는 상처입은 사람을 다시 어떤 틀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되찾도록 곁을 지켜야 한다.10년 전 전국변련을 소개하면서 필자는 법조계와 종교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대응의 필요성을 생각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이번 도쿄집회에서그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였다. 피해를 법적으로 구제하는 것과 상처 입은 한사람의 삶이 회복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결코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
법률가가 할 수 없는 일을 종교인과 심리전문가가 보완하고, 종교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법률가가 담당하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것. 앞으로 한국의 컬트 대책이 보다 세밀하게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방향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사무국장 변호사 기무라 소木村壮,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