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신천지의 위장 포교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신천지 신도들은 설문조사와 심리상담, 문화강좌, 봉사활동, 위장 교회 등을 내세우고 신천지와의 관련성을 감춘 채 사람들에게 접근해 왔다. 자신의 소속과 성경 공부의 실질적인 목적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친분을 쌓고, 복음방과 센터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기본 구조는 다르지 않다. 다만 현지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체명과 행사 형식, 대화의 소재가 현지화됐다. 미국에서는 위장 교회, 위장 예배 행사, 러닝, 성경 퀴즈, 진로 모임, 문학으로 읽는 성경, 바비큐와 피크닉, K-POP과 한국문화 체험, 아이스크림 친교, 등산, 공예, 여성·가족·직장인 모임 등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행사가 서로 다른 단체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독일에서도 줌바·복싱·탁구·축구와 자기계발형 설문 등 다양한 위장 활동이 실제 포교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외부의 이름과 모습은 끊임없이 달라지지만, 신천지 내부에서는 행사 참가자를 포교 대상자인 ‘열매’로 관리하고 성경 공부로 연결한다. 필자는 2026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러한 행사들에 직접 참석해 운영 실태를 확인했다. 이어 입수한 독일 신천지 내부 전도교육 영상에서는 운동 모임의 실제 일정과 담당자, 말씀 프로그램, ‘열매 따기’ 인력뿐 아니라 전도 대상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대화 방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행사가 지역마다 다른 단체 이름으로
러닝 모임도 관계 형성과 후속 전도의 통로
발각되면 사라지고, 또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는 행사들
독일: 취미와 재능으로 실제 위장 모임을 운영
미국 현장에서 확인한 위장 행사의 목적과 운영 방식은 독일 신천지의 내부전도교육 자료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독일 신천지 신도들은 각자의 취미와 적성을 전도 도구로 활용해 줌바·복싱·탁구·축구 모임을 실제로 만들어 운영했다. 내부 교육에서는 모임의 장소와 일시, 세부 프로그램, 담당자를 소개하고 다른 신도들에게도 함께 참여해 전도할 것을 독려했다. 이는 중앙 조직이 모든 행사를 똑같이 만드는 방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줌바를 할수 있는 신도는 줌바 모임을, 복싱이나 축구를 좋아하는 신도는 해당 운동 모임을 만들었다. 다른 신도들은 행사에 함께 참여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부 참가자와 관계를 형성한다. 외부인의 눈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운동 동아리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새 사람을 만나고 성경 공부로 연결하기 위한 포교 활동이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준비된 위장 답변을 하라
독일 내부 교육에서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전도 대상자에게 처음 말을 거는 순간부터 무료 강좌로 초대할 때까지 사용할 대사를 구체적으로 가르쳤다는 점이다. 교육에서는 ‘겹겹이 쌓인 것들 아래, 진짜 당신은 누구인가?(Wer bist duunter all den Schichten?)’라는 주제로 하나의 전도 과정을 제시했다. 먼저 거리에 만난 사람에게 프랑크푸르트에 사는지 물은 뒤 다음과 같이 접근하도록 했다. “저희가 지금 삶과 신앙에서의 성장에 관한 작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있어요. 잠깐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그러나 이들은 중립적인 삶의 성장 프로젝트를 조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신천지 신도들이었다. 질문도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삶에서 기쁨을 주는 것과 개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을 묻고, 점차 자신에게 영향을 준 과거의 경험과 계속 짊어지고 있는 문제, 변화하고 싶은 부분을 질문한다. 이후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실 수 있다고 믿는가”, “하나님께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겠는가”라며 종교적 대화로 전환한다. 이 교육은 상대방이 전도자의 정체를 물어볼 상황도 예상했다. 슬라이드에는 아예 ‘우리는 누구인가? 상대방이 물어볼 경우’라는 항목을 두고 다음과 같이 답하도록 했다. “저희는 ‘리플렉트(reflect)’라는 이름의 기독교 공동체에서 왔습니다. 저희는 성경 세미나, 워크숍, 행사, 가정 모임과 개인 성경 코칭을 운영합니다. 저희의 목표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신천지라는 실제 소속을 단순히 말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자신을 ‘리플렉트라는 기독교 공동체’ 소속이라고 소개하도록 답변까지 준비한 것이다. 개인 전도자가 순간적으로 둘러댄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정체를 물었을 때 신천지 소속을 감춘 채 사용할 답변을 내부 전도교육에서 대본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어 전도자는 “자신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알면서도 계속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경험이 있지 않느냐”고 공감한 뒤, 성경이 사람을 내면에서부터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도록 했다. 자신의 삶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생각과 마음, 정체성이 달라졌다는 개인 간증을 전한 다음 무료 단기 집중강좌로 초대하라고 교육했다. 강좌 포스터에는 ‘나는 진정 누구인가’, ‘나는 왜 나 자신과 싸우는가’,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삶’이라는 3주간의 주제만 제시돼 있을 뿐, 신천지는 물론 ‘리플렉트’라는 단체명조차 표시돼 있지 않았다. 내부 교육은 거리에서의 접촉과 설문, 간증, 무료 강좌 초대를 하나의 연속된 전도 과정으로 다뤘다.
위장 포교의 도착지는 신천지 센터
이러한 위장 포교를 통해 신천지 신도들이 ‘열매’를 유인하는 최종 목적지는 신천지 성경 공부 센터다. 포교에 사용하는 단체명과 행사 형식은 현지 문화에 맞게 달라졌지만, 센터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한국과 사실상 동일하다. 해외 신천지 탈퇴자가 제공한 영어 센터 교육자료에도 한국과 동일한 초등·중등·고등 과정과 핵심 교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언어만 영어로 바뀌었을 뿐, 비유풀이로 시작되는 센터 교육과정을 1년여간 거치면서 요한계시록의 예언이 한국 땅에서 ‘약속의 목자’ 이만희를 통해 모두 성취됐다는 이른바 ‘실상 교리’를 배우게 된다. 수강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핵심 교리에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강사들은 수강생이 신천지 교리를 받아들이고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뒤에야 자신들의 실제 소속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