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시모노세키(下関)시 평생 학습 플라자에서 ‘일임절(日臨節) 83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통일교는 설립자 문선명씨가 1941년 4월 1일 일본에 처음 입국한 날을 기념하여 임일절을 제정했다.
5월 20일 시모노세키 지역신문 쵸슈우(長周)신문은 “‘통일교로부터 후쿠오카를 지키는 모임’과 피해자 가족들이 시모노세키시가 통일교 측에 장소를 대관해 준 것을 두고 시와 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진정서에는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후 밝혀진 통일교와 정치권과의 유착 ▲통일교의 영감상법 문제 ▲고액 헌금 문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작년 10월 문부과학성이 도쿄지방법원에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한 이후 후쿠오카현福岡県과 기타큐슈(北九州)시가 통일교와의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서약과 단절 결의를 가결한 것과는 전혀 다른 시모노세키시의 행방에 대한 유감도 드러났다.
진정서에는 “관행적으로 대관을 허가해 온 것이라면 이 또한 신중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시모노세키시의회에 ①의회가 지금까지 통일교와의 관계성을 조사해 밝힌 다음, 통일교 및 관련 단체와 관계를 단절할 것 ②통일교 및 관련 단체의 공공시설 사용과 관련, 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압박할 것 ③지방자치법에 근거, 모든 관계기관에 피해자 구제를 진행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진정인이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침묵하는 의회
진정서는 카가와(香川) 의장의 판단에 따라 임시의회 개회 전에 모든 의원에게 배포됐고 판단은 상임위원회에 맡겨졌다. 다만 의원에게 송부한 것 그 이상의 의미는 갖지 못했다. 진정인이 시모노세키시 시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진정인이 시민이 아닌 경우 위원회 내에서 위원이 따로 제기하지 않으면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시모노세키시의회는 5월 15~17일 임시의회를 개최, 해당 진정서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상임위원회는 ‘비공개 내부 협의’로 논의한 후 의사록만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문교후생(文教厚生)위원회에서는 시모노세키시가 통일교에 시설을 대관해 준 것을 두고 6월 의회에서부터 집행부의 보고를 받기로 했다.
다만 의회 내에서도 “교육위원회 심사가 있었음에도 왜 그때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가?”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진정인이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회의가 진행된 사실에 대해 카가와 의장은 “참고 송부는 했지만, 통상적인 진정서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경제위원회에서는 모토이케(本池) 의원이 타지방자치단체를 예로 들면서 “의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교와 관련된 의원들의 신상이 밝혀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문제가 밝혀지고 있는 이상 의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진정서는 전원 협의회를 열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가와 의장은 “하지 않겠다. 참고 송부로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위원회에서는 진정서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총무위원회에서도 논의가 되었는데 “왜 통일교에 장소를 대관했는가?”라는 질문도 있었지만, 통일교에 대한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 결과를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하고 논의를 마쳤다. 건설소방위원회에서는 아무도 진정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해산했다. 송부된 진정서의 존재를 모르는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소 사용을 승인한 마에다 시장
한편 시모노세키시에 통일교 관련 단체가 공공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진정서가 제출됐다. 마에다 시장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생명과 관련된 상황이라면 통일교의 시설사용을 거절하겠지만, 현재 그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시장의 발언에 대해 경제위원회에서 모토이케 시의원이 진의를 물었다.
마에다 시장은 “후쿠오카시 등 사용 허가 제한을 결정한 지방자치단체가 통일교와 재판을 하고 있어 해당 답변은 아직 얻을 수 없는 데다가 해산청구를 내린 문부과학성과의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혼란을 피하는 방법이고 그 이외의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하여 모토이케 의원은 해산 명령이 피해자 의견 청취 등 상세한 조사에 의한 결론이며 종교법인 심의회에서도 검토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 내용이 후쿠오카시 등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신도가 곤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아픔은 통일교의 이익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와의 유착관계도 밝혀지고 있다”면서 “신앙의 자유, 종교 활동의 자유의 범주를 넘은 문제이기 때문에 해산 명령 청구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작년 6월 8일 후쿠오카시는 국가가 허가기준을 정할 때까지 통일교 관련 단체에 대한 소유 시설이용 허가를 보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통일교 관련 단체 대표가 후쿠오카시에 대해 이러한 결정이 차별적이고, 불법적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 반한다는 이유로 총 2200만 엔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6월 3일 후쿠오카지방법원에서 1차 변론이 진행됐고, 후쿠오카시는 “종교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통일교의 “성지”가 되어버린 시모노세키
통일교의 영감상법 근절과 피해자 구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 영감상법 대책 변호사 연락회(영변연)’는 작년 3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여러분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변연은 “통일교는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하게 공공의 복지를 해치는 행위가 명확하게 인정되었기에 해산 청구에 이르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법 244조를 지방자치단체는 시설 대관으로 인해 다른 기본권이 침해되어 공공의 복지가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경우 시설의 이용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통일교의 활동에 공공시설의 대관을 허용하는 것은 반사회적 활동이므로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모노세키시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건 이후 국회의원, 시장, 현(県)의원, 시市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통일교 관련 단체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었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통일교는 시모노세키를 “문선명 총재가 일본에 처음 땅을 밟은 성지”로 생각하고 정기적으로 공공시설을 대관해 대대적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밝혀지고 있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피해를 막는 활동에 대해 시모노세키시의 시장이나 시의회의 반응은 인근 지자체와 큰 온도차를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유착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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