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단’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 있었지만, ‘우리 교회’라는 마음이 더 컸던 2세
■ 이재록의 성폭행과 이수진의 이중생활로 만민중앙교회 실체 알게 된 가족들
■ 쉴 틈 없이 헌신 요구했던 만민중앙교회, 탈퇴 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나 행복
이단 2세가 부모님의 탈퇴를 이끌었다. 김창훈(가명)씨의 이야기다. 창훈씨의 부모님은 직장생활을 위해 상경하셨고, 외로운 타지 생활 중 만민중앙교회(당회장 이수진) 신도에게 포교 되었다. 기존에 신앙생활을 해오셨으나 이단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일반 교회로 생각했고, 거리낌 없이 신앙생활을 이어가셨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교회에 비해 은사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셨다.
신앙의 열심
기적이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자연 치유였지만, 그 당시엔 고 故 이재록 전 당회장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역사로 믿어졌다. 함께하는 수많은 신도들이 그렇게 믿고 고백하니 점점 이재록을 신격화하게 되었다. 그렇게 집안에 가족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재록의 얼굴이 담긴 굿즈들이 있었다. 저서는 물론이고 액자에서부터 열쇠고리까지 차곡차곡 이재록의 흔적이 쌓여갔다.
창훈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말 그대로 “눈떠보니 만민이었다.” 만민중앙교회 측이 운영하는 선교원을 다녔고, 이단으로 의심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창훈씨에게 만민중앙교회는 그냥 우리 교회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창훈씨의 신앙심은 자라갔다. ‘부모님의 신앙이 이제는 나의 신앙이 되었습니다’라는 고백이 나왔고 만민중앙교회 일원으로서 모든 활동에 열심을 내었다. 간혹 주변에서 ‘이단’이라는 말을 해주었지만, ‘우리 교회’라는 마음이 더 컸다. 교회를 잘 지키고 싶었고 이것이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계시 전달자의 실패
진짜뉴스였다. 2018년 4월 10일 이재록 성폭력 의혹 관련 내용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평소 이재록이 ‘성결’을 강조하며, 이성 교제에 대해 철저히 금기시했기에 가짜뉴스라 생각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만민중앙교회 측에서도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하는 ‘대언자’로 활동하는 쌍둥이 자매를 내세워 발 빠르게 움직였다. 쌍둥이 자매는 “이번 일로 악의 무리가 제거될 것이고, 경찰, 법원 등 만민중앙교회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 계시가 완전히 비껴갔다.
2018년 5월 3일 이재록은 “여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처음으로 만민중앙교회가 가짜일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제는 진실을 확인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이재록 재판 관련 판결문과 만민중앙교회를 탈퇴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곱씹었다. 이재록의 성폭행이 진실이라면 지금껏 만민중앙교회에서 해온 활동이 무의미해지는 것이기에 최대한 비판적으로 읽어나갔다. 그러나 진실은 가릴 수 없었고 만민중앙교회는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날을 기다리며
침착해야만 했다. 당장이라도 가족들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만민중앙교회와 단절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20년 넘게 애정을 쏟은 곳인 만큼, 감정적으로 다가가면 소득 없이 분란만 일어날 수 있어 때를 기다렸다. 몸은 만민중앙교회에 있지만 마음은 이탈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께서 진실을 깨달으실 수 있도록 재판 진행 과정이나, 대언자의 계시가 실패한 사실을 지나가는 말로 흘렸다. 그런데도 만민중앙교회를 지키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불안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록이 구속되면서 많은 이탈자가 나오자 만민중앙교회에서 새로운 리더들을 뽑기 시작했는데, 그때 어머니에게도 권사 임직 제안이 들어왔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머니께 “나중에 후회하실 수 있으니 내년에 직분을 받으시면 어떨까요”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20년간의 신앙생활을 이제야 인정받는 것 같다’는 마음을 가지셨고 결국 직분을 받으셨다. 다행인 것은 ‘직분은 받지만 잘못된 것이 명확해지면 단호하게 선을 긋고 나올 마음이 있다’고 하신 점이었다. 이 말을 듣고 가족 탈퇴의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드님께서 정확히 보셨어요”
기회가 왔다. 이재록의 구속으로 빈자리를 대신해 왔던 이재록의 삼녀 이수진의 연애 스캔들이 터졌다. 이수진이 사실혼 관계 생활을 했고, 두 번의 낙태를 했다는 점이 요지였다. 성인 남녀의 연애가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만민중앙교회 지도자로서는 결격사유가 된다. 이재록은 2017년 한 설교에서 “설교자는 성결해야 되고 깨끗해야 된다. ··· 특히 여자분들은 남자를 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이수진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2019년 8월 9일 모든 사실을 인정했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때마침 이날 “여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로 법적 다툼을 이어가던 이재록이 징역 16년을 확정받았다.
스캔들을 기점 해 만민중앙교회의 모순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부모님께 찾아가 의견을 나누었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가족들에게 공유하지 않으셨지만, 언론보도를 보시면서 탈퇴를 결심하고 있으셨다. 어머니께는 대법원 판결문 내용과 만민중앙교회의 교리적 모순을 하나하나 전해드렸다. 20년 동안 몸담아 오신 곳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신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는 만민중앙교회 내 믿을만한 직분자를 찾아가 고민을 나누셨다. 다행히 그 직분자 역시 탈퇴를 결심한 상황이었고, “아드님께서 정확히 보셨어요”라고 전해주었다.
비로소 찾아온 행복
끊어내기로 했다. 청춘을 함께했던 곳이었고 외로운 타지 생활 중 위로가 되어주었던 곳이었다.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아닌 건 아니기에 탈퇴를 결심하셨다. 마지막 인사를 위해 만민중앙교회 주일 집회에 참석했다. 붙잡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잘못된 것이 명확해지면 단호하게 선을 긋고 나올 마음이 있다’고 하셨던 말씀과 같이 완강하셨다.
허탈감 때문이신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셨는지 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가족들이 함께했기에 그 어떤 감정도 창훈씨의 가족을 매몰시키지 못했다. 빈틈없이, 쉴 틈 없이 헌신을 요구했던 만민중앙교회 생활을 청산하고 나니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탈퇴와 함께 찾아온 이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창훈씨는 부모님과 함께 영화도 보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러 다녔다. 그렇게 차근차근 일상을 되찾았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고 있다. 만민중앙교회 탈퇴 이후 부모님께서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신다. 이재록에게 받은 충격의 후유증으로 다시 교회의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으신 상황이다. 그래도 창훈씨는 교회다운 교회를 만나게 된다면 가족 모두가 다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그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부모님의 탈퇴가 어느 날 찾아온 것처럼 온전한 회복 역시 곧 찾아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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