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몬 마구스와 그 후계자들앞에서 영지주의 이단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번 호에는 영지주의 초기 인물로서 후에 마르키온에게 영향을 끼친 이단 사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도행전 8장 9절 이하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몬 마구스(Simon Magus)는 ‘마술사 시몬’(Simon the Sorcerer)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성령의 능력을 금품으로 매수하려고 했던 마술사였다.교부들에 의하면 그는 교회사에 나타난 최초의 이단으로 시몬파(Simonians, Simonianism)의 창시자로 간주되고 있고, 또 영지주의 이단의 대부代父로 언급되고 있다. 마구스라는 말 자체가 ‘마법’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라틴어 마기(magi) 혹은 마구스(magus)는 그리스어 단수형 마고스(μάγος)와 복수형 마고이(μάγο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그런데 사도행전 8장 9절에서 시몬이라는 자가 마술을 행하였기 때문에 ‘마술사 시몬’이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시몬 마구스에 대한 기록으로는 사도행전 8장 9-24절이 유일하고, 그의 이단 사상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초기 교부들의 간접적인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을 뿐이다. 이레나이우스(c.135-202), 유스티누스(c.100-165), 히폴리토스(c.170-236), 에피파니우스(315-403)의 저작들에 간접적인 기록이 남아있고, 또 외경인 ‘베드로 행전(Acts of Peter) 등에 기록이 있으나 대표적인 기록이 유스티누스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기록도 시몬 마구스가 죽고 약 100년이 지난 후의 기록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유스티누스에 의하면, 마술사 시몬은 사마리아 근교 깃타(Gitta)에서 출생하였고(그래서 ‘기타의 시몬’(Simon of Gitta)이라고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연구하였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에 유학하여 마술을 배운 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후 사십 일 동안에 이미 사마리아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했다.그는 모세오경을 통달했는데, 사마리아에서 제일 처음으로 전도를 시작한 사도 빌립의 설교를 듣고 또 그의 이적을 보고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사도 빌립의 전도활동의 첫 열매였던 셈이다. 그런데 얼마 후 그곳에 베드로와 요한이 나타나 권능의 안수를 행했을 때, 마술사 시몬이 이를 보고 돈을 주며 그 권능을 사고자 했다(행8:18-19). 이런 연유에서 시몬이라는 이름을 형용사화한 (Simony)가 성직매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돈으로 성령을 사고자 했던 시몬은 베드로에게 책망을 받았다(행8:20).그 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로마에 나타나 자신을 ‘하나님’이라 칭하면서 이단적인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했는데, 교회 역사상 자신을 메시아라고 칭했던 첫 인물이었다. 후에는 자신은 신으로부터 유출된 최고의 신적 능력의 소유자요, 신의 능력 자체, 곧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이레나이우스에 의하면 그는 많은 이들에 의해 신으로 추앙받았고, 그의 제자들은 그 자신으로부터 유출되었다고 주장하였다고 기록했다.이레나이우스는 자신의 이단 논박(Adv. Hæreses," i. 23, § 1)에서, 시몬 마구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으로 경배를 받았다”고 했다. 또 유대인들 가운데서는 아들(예수)로, 사마리아에서는 아버지로, 다른 이들로부터는 성령(Holy Ghost)으로 불렸다고 한다(Tertullian, De Anima, xxxiv). 그가 하나님으로 불린 증거로 유스티누스는 당시 로마에 세워진 마술사 시몬을 위한 기념탑을 예로 들었다. 거기에는 “거룩한 하나님(Ad sanctum Deum) 시몬에게”라고 라틴어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유스티누스의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에 의하면, 로마에서 활동하던 시몬은 얼마 후 다시 사마리아로 돌아왔는데 이때에는 ‘헬라나’라는 창녀를 데리고 와 동거하면서 로마에서 번 돈으로 부요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그는 자신을 가장 절대적인 하나님으로 주장했다고 한다.즉 자신은 창세기에 나타난 창조주이며, 자기 위에는 자기를 지은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헬레나는 ‘데미우르고스’를 낳은 어머니로서 모든 창조주들의 근본 어머니였다고 가르쳤다. 자기 자신 곧 절대의 하나님 시몬과 우주의 어머니 헬레나만 영위했던 성생활을 인간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이제부터는 참 하나님의 것을 인간들에게 재교육을 시킨다고 하여 사마리아의 많은 청춘남녀들을 환각상태로 몰아넣었다고 한다.유스티누스는, 참 하나님의 얼굴에는 고난과 인내와 사랑과 용서와 평화가 깃들어 있고, 악마의 얼굴에는 돈과 향락과 명예와 시기와 질투와 분쟁으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몬 마구스가 신의 이름을 빙자한 이단이라는 말이었다.메난데르: 시몬 마구스의 제자가 메난데르(Menander, Menandros)였다. 그도 영지주의 인물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 이후의 영지주의자들이 사토르니우스(Satorninus), 바실리데스(Basilides), 케린투스(Cerinthus), 마르키온(Marcion), 발렌트누스(Valentinus) 등이다. 이단은 이단을 낳는다. 시몬 마구스의 이단 사상이 메난데르에게 계승되었고, 메난데르의 제자가 사투르니우스와 바실리데스였다. 이 이단 사상이 케린투스에게 전파되고 케린투스가 후에 소개할 마르키온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그래서 이단에는 계보가 있다. 이단은 이단을 낳고, 그 이단은 이름을 달리하지만 교회 전 시기에 계승된다. 메난데르도 시몬 마구스처럼 마술을 행하고 자신을 따르는 자는 영생한다고 주장했다. 유스티누스는 『모든 이교도들에게 보내는 글』 서문에서 시몬과 그 이단적 행실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겨 주고 있다. “주께서 승천하신 후 마귀는 그 즉시로 사마리아에 가라지를 뿌렸으니 이것이 곧 마술사 ‘시몬’(Simon Magus)이다. 마귀가 이 도시를 택한 것은 예루살렘과 온 유대를 벗어나 땅 끝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곧 사마리아였기 때문이다. 이 사마리아 태생의 마술사 시몬이 곧 모든 이단의 아버지였다.그는 모든 사도들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물론 사도 바울보다는 훨씬 앞서서 성령의 역사를 훼방하였다. 또 그의 곁가지가 메난데르였고, 이 가라지의 열매가 큰 위협이었던 마르키온(Marcion)이었다.” 마술사 시몬의 행적에 대해서는 유스티누스의 더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데, 그는 이단 교리에서 시작하여 돈과 향락과 명예를 구했던 사이비한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케린투스: 케린투스(Κήρινθος, Cerinthus, c. 100)는 시몬 마구스의 추종자로서 시리아의 영지주의자였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부인했던 가현설을 따랐던 인물이었다. 이레나이우스는 케린투스의 주된 이단성을 이렇게 요약했다. “율법과 선지자들에 의해 선포된 신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율법과 선지자들에 의해 선포된 신은 우리에게 알려졌으나, 신약의 하나님은 알려지지 않았다.구약의 하나님은 의로우시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자비로운 분이다.” 케린투스는 이 원리에서 신구약 성경을 읽었다. 즉 구약의 하나님은 의로우시기는 하나 무자비하고 무서운 신이며 복수하시는 신이지만, 신약의 하나님은 선하시고 자비로운 신이라고 했다. 크레도는 로마에서 마르키온과 함께 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여정에서 마르키온은 크레도의 이단설을 계승한 것이다.즉 마술사 시몬 → 영지주의의 아버지였던 메난데르 → 케린투스 → 마르키온으로 연결되어 마르키온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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