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보설림보는 ‘경계’를 의미하는 라틴어 ‘limbus’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톨릭의 정식교리로 공식 채택된 적은 없으나 폭넓게 받아들였던 일종의 신학적 이론이고 가설이다. 이를 우리말로 ‘고성소’古聖所라고도 한다. 림보는 지옥의 주변 가장자리에 있는 장소로 천국이나 지옥 또는 연옥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장소다.
이곳에 머무는 이들은 누가 있을까? 전통적으로 가톨릭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기 전까지 경건한 신앙생활을 했던 구약의 선조들, 그리고 유아세례를 받지 못해 원죄의 문제를 해결받지 못하고 일찍 죽은 유아들이 있다고 여겼다. 가톨릭에서는 세례를 통해 원죄가 사해진다고 주장하기에, 유아들이 세례를 받지 않고 죽는 경우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였다.
의도적으로 세례를 거부한 것도 아닌데,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질병과 건강, 그 밖의 기타 이유로 죽는다면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에 가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림보는 크게 성조(聖祖)들의 고성소 혹은 선조 림보(limbus patrum)와 유아들의 고성소 혹은 유아 림보(limbus infantium)로 나눈다.
성조들의 고성소는 구약 시대 성도들의 영혼이 죽은 후부터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기까지 머물러 기다렸던 장소다. 고성소에 대한 가설은 믿음으로 구원 얻는 이신칭의의 교리와 배치된다. 사람은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음에도 불구하고 고성소는 세례로 인해 주입되는 은총으로 원죄를 사한다고 주장하여, 세례가 구원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주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하나님의 예정하심과도 배치된다.1) 하나님이 구원하기로 작정하신 사람이 세례받지 못한 것으로 그 계획이 취소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가톨릭이 주장하는 7성사와도 배치된다.죽으면 귀신이 될까불신자의 사후 영혼을 가리켜 ‘귀신’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원래 하나님이 정하신 인간의 최고 수명이 120년인데 보통 90–120년의 자연수명대로 살지 못하면 신자는 낙원에 가지만, 불신자는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며 남은 자연수명을 다 살고 나서 무저갱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남자의 자연수명이 120세인데 89세에 갑자기 죽으면 남은 31년 동안 이 남자는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면서 그 자손들에게 들어가 병이나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귀신이 자손들의 죄 된 육체에 들어가 온갖 질병과 몸의 이상을일으키는데, 감기, 배탈은 물론이거니와, 차멀미나 배멀미도 조상 중에 차 사고나 배 사고로 죽은 귀신이 들어와서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술과 담배도 마귀 때문이고, 임신하고 헛구역질을 하는 것조차 귀신 탓이라고 주장한다.
또 신경통, 관절염과 같은 것들은 귀신이 병균을 파송하는 것이기에 귀신을 쫓아도 병이 즉시 낫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잘 잃어버리는 것도, 아내가 매를 자주 맞는 것도 그 속에 귀신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연탄가스를 마시게 하는 것도 귀신이다. 결국 모든 병과 사고의 원인을 귀신으로 돌린다.
이에 따르면 귀신이 육체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육체에 고통을 주면 귀신이 나가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비성경적인 폭력적인 안찰기도의 근거가 나온다. 성경은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에게 귀신이 들어올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다(요10:28–29; 롬8:14–5; 살후3:3; 약4:7, 요일4:4, 5:18).
또한 성경은 영적 역사가 우리 안에 일어나는 곳을 육체(귀신이 역사하는 처소)와 영혼(성령이 역사하는 처소)으로 구별하지 않는다. 영적 역사가 일어나는 처소는 우리의 ‘마음’이다(겔11:19; 렘17:9; 잠4:23; 마15:19; 롬1:21–23).
또한 성경은 불신자의 사후 영혼을 귀신으로 말하지 않는다. 귀신은 사탄의 수하로, 성경은 귀신의 몰락을 사탄의 몰락으로 동일하게 여긴다(막3:22–30). 성경은 귀신과 마귀, 사탄을 특별히 다른 것으로 구별하지 않는다(행10:38; 계16:14, 20:8). 예수께서 거라사 지역에 오셨을 때 귀신들은 예수님께 자신들을 무저갱으로 들어가지 말게 해달라고 간청한다(눅8:30–31). 만약 귀신이 불신자의 사후 영혼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참조 계16:13–14).
하나님이 인간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실까? 참새 한 마리도하나님의 허락이 없으면 떨어지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은 얼마나 더 소중히 여기고 아끼실까?(마10:29–31) 그런데 이렇게 아끼는 사람을 제명에 살지 못하게 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으로 방치해 두실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나사로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부자와 같이 사람의 생명이 끝나면 곧바로 음부로 떨어진다(눅16:27–28). 또한 심판받는 불신자의 사후 영혼은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없다(눅16:26). 제명에 살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다 귀신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 내면의 무의식에 깊이 깔려 있는 민간신앙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한 미혹하는 교리일 뿐이다.
✽ 이 글은 『바이블 백신2』(홍성사)의 내용 중에 ‘중간 상태에 대한 오해’(pp.212~219) 부분을 저자 양형주 목사의 허락을 받아 발췌 및 요약하여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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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고성사”, 가톨릭사전, http://dictionary.catholic.or.kr.
2) 김기동, 《마귀론 하》 베뢰아신서14 (서울: 베뢰아, 1986), 166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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